화장실 앞에 줄을 서서 다리를 비비꼬며 앞사람을 재촉하는 풍경은 이제 한국에서는 사라졌다. 달동네 빈민촌에 공중화장실조차 귀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상황이 비슷하다. 슬럼가에 수백만명이 모여 살아도 상하수도 시설조차 없다. 허름한 화장실을 수천명이 같이 쓴다. 질병의 온상이다. 병원도 없는 곳에 악취와 병균이 확산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아프리카 지역 구호 활동에 주력해온 ‘아이 러브 아프리카’(이사장 이창옥)가 슬럼가 화장실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샤워 시설과 인터넷 카페, 무인 은행까지 결합한 최신식 화장실을 케냐 마차코스의 슬럼가에 세우고 있다. 무선 인터넷을 이용한 현금인출 기능까지 구비했다. 지역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구심점으로 만들기 위해 이같이 설계했다. 시설 관리는 빈민촌 청년들에게 맡겨 일자리를 만드는 일거양득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창옥 이사장은 “화장실에 인터넷을 결합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더니 외국 NGO 사람들도 깜짝 놀라더라”며 “정부에 허가를 받고 행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여러 달이 걸렸지만, 덕분에 슬럼가 주민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지내는지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아이러브아프리카는 이달 말 KSD한국예탁결제원 후원으로 자원봉사단과 함께 케냐에서 완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아이러브아프리카는 예결원과 함께 케냐 전역의 슬럼가에 화장실을 만드는 ‘슬럼 환경개발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