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아프리카(ILA)・ILA소식

아이러브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대륙을 전문으로 돕는
아프리카전문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
(NGO, Non Governmental Organization)입니다.
[국민일보] 아프리카를 사랑한 여인 ‘아이러브아프리카’ 이창옥 이사장
· 작성자|iloveafrica
· 작성일|2019-03-26
· 조회수|2102

 

아이러브아프리카 이창옥 이사장은 냉철하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처럼 ‘철의 여인’이라 불릴 정도다. 그러나 ‘사랑의 화신’이기도 하다. 아프리카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 얘기를 할 땐 2~3시간도 훌쩍 넘긴다. 그녀의 음성은 언제나 차분하고 신중하다. 그런 이 이사장이 요즘 한껏 들떠있다.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고 목소리 톤도 높아졌다. 남편의 전화 때문이다.

 

“방금 남편이 전화를 해선 다짜고짜 ‘아프리카에 치과는 있어’라고 묻더라고요. 이는 나와 함께 케냐에 가겠다는 뜻이 아니겠어요. 하하하.”

 

‘남편의 동행’으로 비로소 아프리카 케냐 선교사로의 꿈을 이루게 됐다는 이 이사장. 60세를 훨씬 지난 인생의 황혼기에 케냐 선교사라니 조금은 걱정이다.

 

2011년 국제구호개발NGO 아이러브아프리카를 설립하고 지금껏 ‘아프리카의 여장부’로 현장을 누비며 살아온 그에겐 익숙한 케냐다. 하지만 그가 꿈꾸는 케냐 선교사의 모델은 다르다. 안착, 아프리카 선교와 구호를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겠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아이러브아프리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마지막 꿈’ 이야기를 들었다.




‘명품 우물’ 2만개 설치하는 게 목표
이 이사장이 아프리카 땅을 처음 밟은 건 1977년 회사에서 아프리카 대륙 지사장으로 발령받은 남편을 따라 서부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가면서다. 주변에선 명품 좋아하고 화려한 생활에 익숙한 그가 잘 살 수 있을지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잘 적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약을 잘못 넣는 바람에 눈병으로 크게 고생했다. 심신이 연약해진 상태에서 말라리아와 복합성 풍토병까지 걸려 사경을 헤맸다. “죽을 거 같으니 하나님이 떠오르더라고요. 살려달라고, 살려만 주시면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절규하듯 기도했어요. ‘살려주겠다’는 청아한 음성을 듣고 눈을 떴어요. 고통에 몸부림치다 실신했는데, 그때 깨어난 거죠.”

한국에 돌아와선 집 근처 교회에 다니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부터 방송사들과 함께 아프리카 탐험 프로그램을 촬영하며 20년 넘게 잊고 살았던 아프리카에서의 서원기도가 생각났다. 2004년 세계영상선교센터를 설립하고 아프리카를 전문으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현장을 더 사랑하게 됐다. 나눔과 구제활동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아이러브아프리카를 세웠다. 케냐 나이로비 마다레 슬럼가 아동을 결연·후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물 2만개 파주기’를 선포했다.

“방송 제작을 위해 아프리카를 다니면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뭘까’를 보게 됐어요. 웅덩이에서 미역 감던 꼬마가 그 물을 먹는 모습에 놀라 ‘먹지마. 아플 수 있어’라고 소리쳤죠. 한눈에 봐도 병균이 우글거리는 그런 웅덩이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요. 고단한 걸음으로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들도 목격할 수 있고요. 아프리카에 필요한 건 마실 물이었습니다.”

탄자니아에 첫 우물을 팠다. 지하수를 개발해 지상에 타워를 세우고 3~4개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지게 하는 형태다. 개당 1200만원에 해당하는 ‘명품 우물’을 지금껏 60개를 팠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식수개발과 함께 요즘 그가 주력하는 일은 세계 3대 슬럼가인 케냐 키베라 지역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일이다. 아프리카 여성들이 기술을 배워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도록 지금까지 재봉틀 200대를 보냈다.



선교와 구호를 위한 베이스캠프 설립을 꿈꾸다
이 이사장은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다. 7~8월 케냐 방문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빗물을 받아 먹고사는 마사이부족을 위해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지대에 판 저수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또 키베라 슬럼가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아프리카 여성 역량강화 전문직업교육원’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한다.

할 일은 태산인데 이번엔 또 얼마나 짐 가방을 끌고 이리저리 숙소를 옮겨야 할지…. 특히 이번 방문길엔 남편이 처음으로 사역지를 동행할 예정이라 긴장모드다.

“케냐에 가면 미국 선교사들이 세운 게스트 하우스에 묵어요. 여기가 여름엔 자국민 사역자들이 많이 들어오니 날짜가 빌 때만 방을 내줘요. 마치 미국 사역자들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죠. 이틀 묵고 방 빼 다른 데서 며칠 자고, 또 들어와 다시 며칠 묵다 나가고…. 많이 불편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깨끗해 할 수 없어요.”

그가 마지막으로 꿈꾸는 비전이 바로 이것이다. 아프리카 선교와 구제를 위한 베이스캠프를 세우는 것. 그렇게 머리 둘 곳을 마련한 뒤 우물을 파주고, 여성들을 교육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매일 새벽마다 후원자를 보내달라고, 아프리카 우물에 물이 마르지 않게 해달라고 골방기도를 드리고 있다(1577-1855·iloveafrica.or.kr).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출처] - 국민일보